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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건축

손흥민이 추가한 올드 트래퍼드의 영광ㅣ박지성의 기억과 무리뉴의 감회

by 헤로도토스의 별 2020. 10. 6.

토트넘 VS 맨유, SpursTV

한때 올드 트래퍼드에는 태극기가 걸려있었다. 

맨유가 소속 선수들의 국적을 따져 경기장에 국기를 내걸기 때문이다.

박지성이 맨유에서 떠나면서 태극기는 내려갔다. 

(다시 올라갈 날이 올까?)

 

추석 연휴의 마지막 날, 태극기는 없었지만, 한국인 선수가 올드 트래퍼드에서 다시 뛰었다. 

 

토트넘의 손흥민이 맨유와의 경기에서 2골을 넣으며 대활약했다. 

추석 연휴의 마지막 날이었다. 

사실 올해 추석에 해외 스포츠계에서 뛰는 한국선수들 중에 가장 먼저 소식을 알려온 건,

메이저리그의 류현진과 김광현. 

연휴가 시작되는 날, 동시에 등판했던 류는 죽을 쒔고, 김은 진땀을 흘린 뒤 쓸쓸히 내려왔다. 

많이 아쉬웠는데, 연휴의 마지막 날, 손흥민이 멋진 활약을 해서 후련한 소식을 전해왔다.

아직도 관련 뉴스들이 올라와 즐겁다. 

 

맨유의 홈구장, 올드 트래퍼드는 한국 축구팬들에게 특별한 곳이다.

박지성의 경기를 보기위해 새벽에 일어나 졸린 눈을 비비며 TV앞에 앉은 적이 많다.

그 시절 맨유의 축구는 다이내믹했고, 인간이 저런 축구를 할 수 있구나 싶은 놀라운 경험이었다.

앞으로 천년은 명성이 이어질 알렉스 퍼거슨 경의 현역시절을 목격하는 것도 뿌듯했다. 

 

당시엔 올드 트래퍼드란 이름도 새로웠다.

보통 축구장은 스타디움, 파크, 아레나 같은 이름이 붙었는데, 맨유는 동네 이름으로 충분했다.

또, 그때는 트래포드라고 많이들 불렀다. 요즘은 국립국어원의 표기원칙에 따라 트래퍼드로 바뀌었다.

(그럼, 요샌 포드 자동차도 퍼드로 부르나? 모르겠다.)

 

또 개인적으로 올드 트래퍼드가 흥미로웠던 건,

잔디구장의 끝마무리가 작은 경사를 이루며 내려가 있어,

선수들이 경기장 밖으로 밀려나가는 경우, 가끔 꼴아박히는 경우를 보는 것이었다.

왜 저렇게 위험하게 해놨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직도 그대로인 걸 보면, 뭔가 이유가 있는 것 같다. 

 

박지성이 이 구장에서 달릴 때,

그의 곁에는 호날두, 루니, 긱스, 스콜스, 캐릭, 테베스, 베르바토프, 에브라, 반데사르가 있었다.

그리고 츄리닝을 배바지차림으로 입은 뒤, 빨간 얼굴로 껌을 씹으며 운동장을 노려보던 퍼거슨 경도. 

 

그때는 한국 선수의 프리미어 리그 진출이라고 감동했지만, 돌이켜 결산해보면,

그 모든 일은 프리미어 리그의 한국 진출이기도 했다.

한국 축구팬들에게 프리미어리그는 하나의 축구 표준이 되었고, 가장 강력한 컨텐츠이다.

돈을 번 것은 결국 영국인들이다. 

 

경제적 결산과 별개로 박지성이 보여준 해버지 역할에는 감사한 마음이 든다.

그는 그 높은 비지니스 세계에서 단 한번도 삐끗하지 않고, 부상으로 은퇴할 때까지 뛰었다.

모범적이었고, 아름다웠다. 

지성 팍은 아직도 MUTV의 프리모 영상에 등장한다

손흥민도 박지성에 대한 기억이 있었다. 

그는 경기 후 스퍼스TV 인터뷰를 통해 어려서 이 구장에서 박지성 선수가 뛰는 걸 보며 꿈을 키웠다고 말했다.

박지성이 뛰었던 구장에서 좋은 경기를 해서 기쁘다고 말했다. 

 

맨유전 이후 인터뷰, SPURS TV

한편, 손흥민만큼이나 이날의 승리가 감격스러운 사람이 토트넘엔 또 있다.

감독 무리뉴. 그는 맨유의 감독을 맡았다가 커리어가 내리막을 걸었다.

그는 올드 스쿨 축구로 비난받았고, 성적 부진으로 짤렸었다.

이날의 대승에도 불구하고 무리뉴는 제스추어를 자제했고, 인터뷰에서도 점잖게 굴었다.

올드 트래퍼드의 홈팀 벤치에 앉는다는 것,

특히 6골이나 먹고 지는 경기를 치른 홈팀 코치들이 어떤 마음인지 가장 잘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승자의 입장에서 자신을 내치고 모욕준 조직을 보는 건 통쾌한 일이다. 

 

손흥민이 올드 트래퍼드에 더 자주 갔으면 좋겠지만, 이제 다시 1년을 기다려야 한다. 

 

글을 쓰다 느꼈는데, 올드 트래퍼드에서 박지성은 놀라운 업적을 쌓았지만,

바로 저 구장에서 그의 무릎이 고장났다.

영원히 달릴 것 같던 불굴의 남자도 부상에는 어쩔 수 없었다.

이번 시즌, 손흥민에겐 그간 없었던 부상이 따라붙고 있다.

캐리어의 정점으로 달려가는 손흥민이 부상을 조심했으면 좋겠다.

 

올드 트래퍼드 

 

1909년에 시공, 오랜 세월에 걸쳐 고치고 증축하고 보수하면서 사용했다.

1909년 개장할 때, 좌석 수가 7만7천이었다는 게 충격이다.

2차대전 때 독일군의 폭격을 맞고 부서지기도 했고,

입석폐지로 좌석을 설치하여, 5만8천이 되었다가, 더 줄여서 4만4천까지도 떨어졌으나,

현재는 새끈하게 다시 공사하여 7만4천이다.

박지성이 입단했을 무렵은 7만6천이었는데,

모두가 알다시피, 며칠전 손흥민이 활약한 경기 때는 관중이 0명으로,

저 엄청난 숫자의 의자들이 몽땅 비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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