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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오비추어리8

홍콩배우 오맹달 별세ㅣ인생의 굴곡을 이해한 코믹 연기의 대가 ★ 지난해 말, 배우 오맹달(吳孟達)이 마카오의 병원에서 간암치료를 받고있단 뉴스가 들려왔다. 오맹달은 1952년생이니, 이제 겨우 69세. 치료를 받고 다시 연기를 하실 거로 생각했으나, 몸이 많이 약해져있었다고 한다. 평소 당뇨가 있었고, 심장도 조금 안좋았다고 한다. 최근 몇년간 그는 건강에 특별히 유의하면서 작품활동을 꾸준히 해왔으나, 이제 다시 카메라 앞에 설 수는 없게되었다. 개인적으로 그가 나온 작품 중 마지막으로 본 건 '유랑지구'가 되었다. ★ 오리와 생강 오래전 본 그의 인터뷰 기사 중에 굉장히 인상적인 게 있다. 기자와 오맹달은 식사를 같이 하면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들은 광동식 오리 요리를 먹었다. 오맹달은 사이드에 나온 생강 조각을 오리에 끼워넣어 먹으면서 말했다. 사람들은 접시.. 2021. 2. 28.
크리스토퍼 플러머, 사운드 오브 뮤직의 폰 트랩 대령 별세 ★ 캐나다 배우 크리스토퍼 플러머(Christopher Plummer)가 91세로 세상을 떠났다. 미국 코네티컷의 자택에서 아내가 보는 앞에서 평화롭게 임종했다. 한때 오스카상을 받지못한 가장 위대한 배우로 불렸던 그는, 80세가 넘어가면서 연거퍼 후보에 오르더니, 결국 82세에 남우조연상을 가지고 갔다. 그에게 최고령 아카데미상 수상자란 명예를 준 영화는 '비기너'이고, 크리스토퍼 플러머는 아내가 죽은 뒤 게이로 커밍아웃하고 살아가는 노인 역을 연기했다. ★ 배우로서 그의 트레이드 마크는 풍부한 목소리와 연극무대에서 잘 단련된 우아한 동작이다. 대사에 나오는 모든 단어는 물론이고, 쉼표와 새미콜론조차 구분해서 발음하는 듯한 그의 정확한 발성은 늘 환상적이었다. 그가 나오는 순간, 영화와 드라마는 갑자기.. 2021. 2. 6.
대화의 신, 래리 킹 사망ㅣ그가 책에서 말한 한국 이야기 ★ 미국 토크쇼의 거인이 세상을 떠났다. 87세. 래리 킹은 라디오, 텔레비젼, 디지털 미디어를 거치면서, 평생 5만건의 인터뷰를 진행한 대화의 달인이다. 커다란 안경과 멜빵이 트레이드 마크였고, 다저스의 광팬이었다. ★ 2014년에는 한국의 TV에 광고모델로 깜짝 등장했다. 현대캐피탈의 리스자동차 광고. ★ 이 광고는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를 재연배우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설마 진짜 래리킹이 한국 광고에 출연했을까? 싶었던 것. 하지만 진짜였다. 3개월 단발 계약이었고, 모델료는 아직도 비밀이다. ★ '대화의 신'은 그가 직접 쓴 책이다. 이 책에는 한국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꽤 들어있다. 그 중 아주 감동적인 일화가 있어 소개하고 싶다. 80년대 초반, 그가 아직 라디오 프로그램에.. 2021. 1. 24.
필 스펙터, 감옥에서 죽은 비틀즈 프로듀서 ♠ 1월 1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교도소 병원에서 노인 수감자 한명이 사망했다. 작년 12월에 코로나에 걸려 고생하던 중 회복하지 못하고 사망했다고 한다. 81세 노인의 사망은 발표되자마자 속보로 영미권의 뉴스 1면을 차지했다. BBC도 헤드라인으로 다뤘다. 이 노인이 누구길럐? 그의 이름은 필 스펙터. 그는 비틀즈의 '렛잇비'와 존 레논의 '이매진' 의 음반 프로듀서이다. ♠ 이 단 한줄만으로도 명함이 필요없겠지만, 그가 지난 세기 대중음악계에서 벌인 활약은 대단했다. 그는 혁신적인 녹음방식 'Wall of Sound'으로 업계의 표준을 바꾸고, 존재하지 않았던 소리를 창조했다. 레나드 코헨, 티나 터너, 라이처스 브러더스와 함께 작업했고, 그의 제작방식은 브루스 스프링스틴, 비치 보이스에게 영향을 .. 2021. 1. 19.
캐나다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앙드레 가뇽 사망 ★ 지난 12월 3일, 앙드레 가뇽이 세상을 떠났다. 84세. 목요일이었다. 4살에 피아노를 배우고, 6살 때부터 작곡을 했다는 이 남자는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그의 음악이 처음 알려진 건 90년대 초반이었던 것 같다. 처음 반응은 은근했으나, 조금씩 카페와 CF속으로 침투했다. 10년쯤 지나자, 그의 음악은 전국의 카페를 차지했고, 티브이에서도 아무 때나 나오는 고정 레퍼토리가 되었다. 그리고 그 정점은 2011년의 대우 아파트 광고이지 않을까. ★ 대우건설의 푸르지오는 원래 모델이 비의 부인, 김태희였다. 최전성기의 김태희를 밀어내고, 고급 아파트 광고의 모델을 차지한 앙드레 가뇽. 도심 속 초럭셔리 아파트를 마치 숲속 별장처럼 만든 광고였는데, 반응이 꽤 컸다. 광고 때문에 한국에 오셨던 걸까 검.. 2020. 12. 11.
디에고 마라도나 사망, 축구의 신에게 바치는 헌사들 ★ 유럽 선수들은 대개 공을 제압하여 통제하는데 많은 공을 들인다. 하지만 나는 공을 친구로 대한다. 경기 중에 내 친구가 어디로 가고싶던지, 그냥 하고싶은 대로 하게 놔둔다. ★ 아르헨티나가 낳은 축구 전설, 디에고 마라도나가 자택에서 사망했다. 그는 11월초 뇌혈전수술을 했고, 알코올 의존성 치료를 받았다. 회복이 잘 되었다는 소식이 있었지만, 심장마비가 왔고,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 전세계에서 쏟아지는 추모의 말 아르헨티나의 대통령 알베르토 페르난데스는 3일간의 국가 애도를 선언했다. 당신은 우리를 세계 정상에 데려갔다. 당신은 우리를 대단히 행복하게 만들었습니다. 존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디에고. 우리는 평생 당신을 그리워할 것입니다. 브라질의 축구전설, 펠레도 짧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언젠.. 2020. 11. 26.
숀 코너리, 90세로 사망, 생전에 그가 말한 연기비법 배우 숀 코너리가 사망했다고 그의 가족이 발표했다. BBC 홈피 좌상단에 그의 부고기사가 실렸다. 그의 필모그래피는 길고, 그만큼 다양한 인생을 연기했지만, 나는 그가 군인과 경찰에 참 잘 어울렸다고 생각한다. 20대초반 실제 영국 해군에 입대해, 수병생활을 하기도 했지만, 그는 몸으로 일하는 사람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제임스 본드는 슈트를 멋지게 입고 총을 쏘지만, 그의 직업은 결국 영국 군인이다. 또한 에서 보여준 그의 함장 연기는 더할 것이 없었다. 위엄과 존재감에서 그가 연기한 함장 근처에 간 사람은 진 해크먼이 유일하다. 붉은 10월에서 망명동기가 낚시라고 말할 때의 섬세함은 다른 배우들은 감당하기 어렵다. 이 스코틀랜드 할아버지는 어린이같은 순수함을 내면에 지니고 있고, 그것이 로맨틱한 분.. 2020. 10. 31.
안성탕면 할아버지ㅣ라면과 건강을 연관검색어로 만든 사람 하루 세 끼를 안성탕면으로 드시는 걸로 유명했던, 박병구 할아버지가 지난 5월에 돌아가셨다. 할아버지의 손자는 부고를 알리며, 장례식까지 참석해준 농심 관계자 분들에게 특별한 감사를 표했다. 처음 비디오 특공대인가 하는 프로그램에서 할아버지 영상을 보고, 친구들과 난상토론을 했던 기억이 난다. 단연 화제는 건강에 과연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였다. 라면만 먹으면 배탈이 난다던 친구는 말도 안되는 일로, 방송국 놈들의 농간이고, 할아버지가 하루라도 빨리 몸에 좋은 음식을 드셔야한다고 했고, 일주일에 라면 열봉지를 먹고있다던 친구는 우리의 영양학 지식은 틀린 부분이 많다면서, 아무 문제가 없을 거라 했다. 그때는 라면이 건강에 나쁜 음식이란 인식이 강했다. 89년 삼양라면 우지파동의 여파가 아직 남아있었기 때.. 2020. 10.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