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컬처/Book26

미드 속 억만장자가 인용하는 책, 세스 고딘의 더 딥(The Dip) ★ 미드 빌리언스를 재밌게 보고 있다. 시즌이 6까지 나왔는데, 이제 겨우 3시즌을 달리는 중이다. 이 드라마 속 세계는 무시무시하다. 검사는 증거를 심고 범죄를 조작하고, 펀드매니저는 법을 어겨가며 돈을 번다. "너는 양심이 파산했구나!" 하고 쏘아붙이면, "배우는 게 굼벵이보다 느린 놈이군!" 하고 맞받아치는 세계이다. 폴 지아마티와 데미안 루이스가 주연인데, 살기가 느껴지는 대결을 보여준다. 영리한 남자들의 대결을 보는 것이 정말 즐겁다. 오늘은 시즌3에서 대사 중에 등장한 책 이야기를 할까 한다.최고의 헤지펀드 매니저인 데미안 루이스가 부하들과의 대화 중에 세스 고딘의 [더 딥]을 인용한다.인상적인 것이 부하들도 다 아는 책이었다는 것이다.더 딥은 이 회사에서 필수 교양서 같은 느낌이었다. 세스 .. 2022. 7. 20.
인공지능은 인류의 후손, 어쩌면 부모를 살해할 수도ㅣ맥스 테그마크의 라이프 3.0 영향력있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극찬했다. 유발 하라리, 스티븐 호킹, 일론 머스크 등. 작가가 깊이있고 대범한 책을 썼다는 건 읽기 전에도 알았지만, 경쾌하고 쾌활한 책인 줄은 몰랐다. 이 책은 다양한 서술 방식이 섞여있다. 과학자의 논문처럼 쓰이다가, 갑자기 소설로 넘어가고, 대학의 강의실에서 강연을 듣다가, 티브이 방송국의 다큐멘타리 피디가 되어 세미나 현장을 중계하는 식이다. 쉴 틈 없이 재미지다는 말. 하지만 개념을 재정의하는 말이 많아서 빨리 읽을 수는 없었다. 문장을 눈으로 읽은 다음, 한참을 생각해야 이해할 수 있었던 순간이 많았다. 서평제목은 비관적으로 뽑았지만, 인공지능은 인류를 죽일 거다. 식으로. 사실 이 책의 입장은 훨씬 낙관적이다. 인공지능에 대한 가장 좋은 입문서, 강추. ★.. 2022. 1. 10.
'딜버트' 만화가, 스콧 애덤스의 '더 시스템'ㅣ성공과 실패의 법칙 더 시스템 THE SYSTEM 스콧 애덤스 저/김인수 역 ★ 스콧 애덤스는 누구? 그의 이름을 몰라도 그의 만화, 딜버트는 누구나 알 것이다. 회사원 만화의 대표작인 딜버트. 89년부터 연재된 3컷 만화이다. 요란하게 웃거나, 감동적이진 않지만, 피식 웃게되는 좋은 만화다. 65개국 2,000여개 신문사에 실린 빅히트작이다. 스콧 애덤스는 딜버트를 그린 만화가이다. ★★ 상세이력 그는 크로커 내셔널 뱅크와 퍼시픽 벨에서 16년 동안 기술직 근로자로 근무한 후, 1995년에 전업 만화가의 길로 들어섰다. 『딜버트 법칙Dilbert Principle』, 『독버트의 일급 경영전략 안내 Dogbert’s Top Secret Management Handbook』 등 다수의 베스트셀러를 썼으며, 현재 샌프란시스코 .. 2021. 3. 5.
마이클 코넬리, 배심원단ㅣ링컨타운카와 LA의 햄버거 배심원단 마이클 코넬리 저/한정아 역 ★ 왜 읽었나? 마이클 코넬리는 늘 즐겁게 읽는 작가이지만, 이번에는 스릴러를 즐기는 것보다 여행기를 읽는 기분이었다. 그의 책은 엄청나게 디테일이 강해서, 범죄를 테마로 LA의 구석구석을 여행하는 기분을 맛볼 수 있다. 가볍고 특이한 여행기로 시작해서, 점차 정통 법정 스릴러로 빠져들었다. 뭐라뭐라 해도, 역시 스릴러를 읽는 목적은 휴식이겠지. ★ 왜 링컨차일까? 그 많은 자동차들 중에서 왜 링컨차일까? 정통 세단의 기능적인 면을 제외하고, '링컨'이란 이름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링컨은 미국의 가장 유명한 대통령 중의 하나이다. 그는 대통령이 되기 전 변호사였다. 그래서 거리의 변호사가 타고 다니기에 완벽한 네이밍이었던 것 같다. 1편에서 변호사가 사무실 없이 링.. 2021. 2. 17.
황동규, 외계인ㅣ문지 시인선 196 외계인 황동규 저 ★ 뒷표지 지난 여름 몇이서 동해안 김명인 시인의 고향에 가는 길에 오랜만에 부석사에 올라보고 놀랏다. 안양문까지 오르는 길은 그대로였으나 그 뒤의 건물들 배치가 마음속의 부석사와 무척 달랐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오른 후 십 년이 흐르는 동안 무량수전을 포함한 건물들이 마음속에서 조금씩 계속 자리를 이동해 아주 다른 절을 만들어놓고 있었던 것이다. 전과 다름없었다면 내려다본 산하 뿐이었다. 그 후로 이 좁은 나라에서 가볼 곳을 다 보고 나면 다음에 어떻게 할 것인가하는 걱정이 적이 사라졌다. 그동안 이름있는 곳은 대개 들러보았다고 생각했었다. 몇 번씩 들른 곳도 있었다. 여행길 오가는 곳에 있는 선운사, 선암사, 월정사 같은 곳은 수없이 가보았다. 도산서원과 하회도 몇 번씩 들렀다. 김.. 2021. 2. 7.
서효인, 여수 ㅣ문지 시인선 494 여수 서효인 저 ★ 뒷표지 여수는 처가가 있는 도시다. 사람들의 기대와는 달리 밤의 바다보다는 낮의 굴뚝이 더 인상적인 도시였다. 화학 공장의 성기들은 반성을 모르는 것처럼 보인다. 회백색 매연이 쉬지 않고 도시의 하늘을 덮어 가렸다. 나는 반성을 모르는 굴뚝이었다. 솟구치다 사라질 연기를 위해 반성을 모르고 살았다. 나는 남성 시인이고 이성애자며 판정받은 장애가 없다. 돈 안 되는 시를 쓴다며 이른바 예술 한답시고 인중에 힘깨나 주고 지냈지만,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사회적 오른손잡이로서 불편함과 마주해 악숙하지 않았다. 내가 겪지 못한 불편은 누군가에게 불쾌와 상처, 고통과 폭력이었다. 문단이라는 거실 소파에 앉아 방관자의 자세를 취하고 있을 때 멀지 않은 곳에서 그런 일은 이미 벌어지고 있었다. 문.. 2021. 2. 5.
필 나이트의 슈독, 나이키 창업자의 회고록ㅣ첫번째 직원의 도서관 슈독 필 나이트 저 ★ 지금은 상상이 가지 않는 이야기지만, 나이키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 그들은 아주 작은 회사였다. 좌절한 대학 육상선수와 그의 코치가 더 싸고 더 좋은 운동화를 만들어보자는 것이 시작이었다. 제자와 스승의 동업이라는 특이한 관계에서 시작된 것이다. 현재 나이키라는 회사가 고용하고 있고, 이 회사와 관계되어서 먹고 사는 사람들의 숫자를 상상하면, 이들의 시작은 참 의외이다. 작은 아이디어에서 시작해 강력한 실행력으로 사람과 돈을 모아 비즈니스를 한다. 그래서 나이키 창업자의 이 책은 스타트업의 교범처럼 보인다. 실리콘밸리의 수많은 IT기업들이 존재하기도 훨씬 전인 1962년에 나이키는 스타트업을 한 것이다. 실제 이 책에는 스타트업 기업사의 모든 요소들이 다 들어있다. 소박하지만 열정.. 2021. 1. 27.
정한아, 울프 노트ㅣ문지시인선 509 울프 노트 정한아 저 ★ 뒷표지 유대인들의 죄책감 때문에 예수는 부활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 같다. ★ 시인의 말 언니, 배고파? ...... 아니. 졸려? ...... 아니. 그럼 내가 만화책 빌려 올 테니까, 그때까지 자살하지 말고 있어! 띠동갑 동생은 잠옷 바람으로 눈길을 걸어 아직 망하지 않은 만화대여점에 가서 을 빌려 왔다. 우리는 방바닥에 엎드려 만화책을 봤다. 눈이 아하하하하하 쏟아졌다. 그 후 20년, 이 만화는 아직도 연재가 안 끝났다. 그건 그렇고. 내 동생을 괴롭히는 자는 처참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 얼굴에서 웃음기가 싹 가신 이들에게 이 시집을 바친다. 2018년 봄 정한아 ★ 역대 가장 짧은 뒷표지의 말이 아닐까? 이중부정의 문장은 늘 성가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더 이중부.. 2021. 1. 26.
엄원태, 소읍에 대한 보고ㅣ문지 시인선 158 ★ 뒷표지 이제 이 삶은, '견디는 것'이라는 의미만으로 탈색된 채 내게 던져져 있다. 병은 내게서 서서히, 그러나 많은 것을 앗아갔다. 내 육체는 상실과 박탈 속에서 서러웠고, 거기에 반비례로 질기디 질긴 욕망의 끝에 매달린 허기와 목마름은 나를 어두운 고통의 심연으로 끌고 들어갔다. 수렁 같은 고통을 거쳐오면서, 나는 드디어 '겸손하게!' 그 실존적 한계를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한계를 받아들인다는 것, 그것은 단순히 패배를 인정한다는 것과는 다른 무엇이라는 것을 이제는 어렴풋이나마 알 것 같다. 나는 도대체 왜 '견디는' 것일까? 나는 요즈음 옛날 얘기나 동화의 상징성을 이해하는 편이다. 밥 먹고, 잠자면서 살아가는 이 일상의 지리멸렬함이란! 그런데도 불구하고 나는 이 지리멸렬한 일상을 한없이 사랑.. 2021. 1. 22.
황동규, 버클리풍의 사랑노래ㅣ문지 시인선 238ㅣ시와 선문답 버클리풍의 사랑 노래 황동규 저 ★ 뒷표지 이 시집의 출발은 1997년 1월 이비인후과 수술로 4시간 30분 걸린, 30여 년 간 키워온 진주종 수술과 그 수술 후유증이다. 건강이 회복되자 IMF 강타가 있었다. 실업자가 넘쳤고, 전방위 자본 전쟁이 다가왔고, 인간의 온갖 잡스러운 것이 표면으로 떠올랐다. 시건 소설이건 인간의 내부를 버리고 표면을 그리는 게 지금의 우리다. 겉을 그리는 일은 스피디하고 스마트하다. 그러나 인간의 내부는 원래 사람의 성과 속이 힘겹게 만나는 장소이고 표면은 성과 속이 따로 노는 장소가 아니겠는가 따로 노는 게 편하다면, 편하지않게 살고 싶다. 문학의 장래는 정보화 물신화 세계의 거침없는 흐름에 얼마나 아니라고 버티는 데 달려 있지 않을까. 흐름이 방해받을 때마다 정신없이 .. 2021. 1.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