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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Book

W 워런 와거, 인류의 미래사

by 헤로도토스의 별 2021. 1. 12.
인류의 미래사

인류의 미래사

이순호

 

 

 

 

 

 

 

★ 미래학자의 곤란함

이 책은 저명한 미국의 미래학자가 쓴 책이다.

W 워런 와거는 미래학이란 학문을 처음 주창하고 소설과 비평 등 각 분야에서 글을 썼다.

그는 소속대학에서 가장 인기있는 강의를 하는 학자였지만,

이 책은 미래학이 얼마나 취약하고 위태로운 입지에 서있는지 스스로 증명했다.

90년대 내내, 어쩌면 지금까지도 이 책은 조롱거리로 쓰이곤 했다.

왜냐하면, 그가 책에서 예언한 것이 출판되자마자 틀렸기 때문이다.

 

이 책이 출판된 건 1989년.

실제 글을 집필한 건 1987년이라고 한다.

대학출판부에서 이 책을 세상에 내놓자마자, 소련이 붕괴했다.

작가는 1989년 시점에서 향후 200년의 역사를 기술하면서, 소련의 건재를 예상했다.

소련의 정치체제는 물론이고, 그들의 문화가 인류에게 남긴 것이 여러 변형을 통해 살아남은 세계를 썼다.

상당 부분은 오히려 소련의 정치체제를 유산처럼 이어간 체제를 그리기도 한다.

소련이 무너지고 작가는 조롱거리가 되었다.

 

물론 이 책은 구체적인 정치체제의 예측을 하려고 쓰여진 책이 아니다.

그보다 훨씬 다양한 논의와 재밌는 아이디어를 많이 가지고 있다.

하지만 어쨌든 의기양양한 미래학의 선구자로서 위치는 많이 까먹었다.

 

상상하건데, 만약 정반대로 소련의 붕괴를 맞췄다면 작가의 운명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말 그대로 예언자 대접을 받으며, 학계와 언론의 스타가 되었을 것이다.

 

미국 뉴욕의 학계 한 복판에 있으면서도, 소련의 붕괴같은 엄청난 사건은 예측할 수 없었다.

작가는 가진 학식과 정보와 경험을 생각할 때, 우리는 명확히 알 수 있다.

미래는 정말 예측불가하다는 걸.

W 워런 와거

그렇다면 그래도 남는 미래학의 가치는 무엇일까?

작가는 여러 시나리오, 특히 많은 오답을 구체적으로 상상해보는 것.

그래서 최악을 막고, 최선을 찾는 기술로 미래학을 놓는다.

 

실제 이 책은 굉장히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많이 내놓는다.

 

★ 

인류의 전쟁사에서 1945년은 특이한 변곡점이다.

그동안은 공격무기와 수비무기가 대등하게 발전해왔다.

하지만 1945년에 공격무기가 영원한 우세를 가지게되었다.

이것은 한번도 겪지못한 새로운 상황이고, 전쟁의 양상을 영원히 바꾸었다.

 

★ 3차 세계대전

2044년 여름에 발발한다.

미국의 인종갈등이 폭발하여 내전이 시작된다.

미국내전의 연쇄 충격이 세계를 혼란에 빠트리고, 유럽에 기반을 둔 초거대기업+국가들이 핵을 사용한다.

 

이 부분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

중국이 잠깐 등장하다 뒤로 빠진다.

이것도 아쉽다.

차라리 중국과 미국의 전쟁이었다면 새로 조망받을 것이다.

작가는 이것도 어정쩡하게 처리했다.

이 책은 90년대 씌여진 2판, 그리고 그보다 더 뒤에 씌여진 3판의 서문도 달고있다.

아마 새천년이 오기 직전 개작한 것 같다.

그때는 중국이 막 경제적으로 부상할 때다.

그래서 이렇게 어정쩡한 형태로 세계대전에 참여하는 것 같다.

작가는 중국의 경제적 부상을 예상했지만, 그것이 미국과 전면전을 벌일 정도의 위협이 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작가가 결국 가장 잘 맞춘 건 미국의 상황이다.

인종갈등이 격화되고, 그것이 내전급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는 것.

 

트럼프 시대를 보면 실감난다.

 

★ 구성

미래의 역사를 회상록처럼 바꾸었다.

먼 미래인 2200년대의 사람들이 과거를 회상하는 형식이다.

할아버지가 손녀에게 남긴 홀로그램 기록을 문자로 옮긴 것이다.

할아버지는 죽음도 희한한데, 동면에 들어간다.

동면도 여러 형태의 죽음, 또는 인생으로 허용되는 시대다.

 

어쨌든 이 회고록, 서간체 형식은 효과적이었다.

미래사. 라는 이상한 개념을 익숙한 역사서술로 바꾸었다.

 

이매뉴얼 월러스틴이 머리말을 썼다.

작가와 오랫동안 알고 지냈다는데, 따뜻한 응원과 인정이 느껴지는 글이다.

이매뉴얼 특유의 유려한 문체도 읽기 즐겁다.

이를테면 이런 문장들.

 

심지어 미래의 가장 절망적인 파국의 순간에조차 불과 유황은 보이지 않는다.

불과 유황보다는 절망의 순간마다 '맨 밑바닥으로 다시 돌아가 시작하라'라고 말하는 듯한 결연한 낙관주의가 느껴진다. 이 책의 결말도 '더 멀리, 더 멀리 항해하라'라고 끝맺고 있지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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