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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오비추어리

안성탕면 할아버지ㅣ라면과 건강을 연관검색어로 만든 사람

by 헤로도토스의 별 2020. 10. 20.

하루 세 끼를 안성탕면으로 드시는 걸로 유명했던, 박병구 할아버지가 지난 5월에 돌아가셨다.

할아버지의 손자는 부고를 알리며, 장례식까지 참석해준 농심 관계자 분들에게 특별한 감사를 표했다. 

 

처음 비디오 특공대인가 하는 프로그램에서 할아버지 영상을 보고, 친구들과 난상토론을 했던 기억이 난다.

단연 화제는 건강에 과연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였다. 

 

라면만 먹으면 배탈이 난다던 친구는 말도 안되는 일로, 방송국 놈들의 농간이고, 할아버지가 하루라도 빨리 몸에 좋은 음식을 드셔야한다고 했고, 일주일에 라면 열봉지를 먹고있다던 친구는 우리의 영양학 지식은 틀린 부분이 많다면서, 아무 문제가 없을 거라 했다. 

 

그때는 라면이 건강에 나쁜 음식이란 인식이 강했다.

89년 삼양라면 우지파동의 여파가 아직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기억나는 건, 눈썰미가 좋은 친구 한명이 할아버지가 라면을 먹는 방식이 특이하단 걸 집어냈다.

어떻게 드셨길래?

박병구 할아버지, 2019년 91세 사진(농심블로그에서)

영상에서 할아버지는 안성탕면을 끓인 다음, 국수를 끓이듯 물을 덜어내고 면을 헹군다.

그리고 거기에 스프를 조금씩 뿌려가며 비빔라면 비슷한 형태로 드셨다. 

 

친구는 라면에서 몸에 안좋은 건, 스프가 아니라 면에 있다면서, 우지 파동도 결국 면을 튀길 때 쓰는 기름이 나쁜 거라 했다.

할아버지처럼 조리하면, 면에 들어간 나쁜 요소들을 최소화시키기 때문에 옳은 방법이라는 것이다. 

 

나는 친구의 의견에 납득 동조, 그것이 할아버지의 라면 섭취의 비밀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을 하루 세 끼 먹는다는 건 또 다른 문제라 생각한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삼일 정도 그것만 먹으면 질린다.

할아버지는 한 달, 일년도 아니고, 그때 이미 20년을 드시고 있었다. 

 

할아버지에 대해 검색하니, 작년에 기사가 많이 났었다. 91세가 되셨기에, 망백이라고 불리는 나이의 의미가 컸던 것 같다. 할아버지는 건강한 모습으로 아직도 안성탕면을 드신다고 나왔다. 그런데 조리법이 달라졌다. 일반인들처럼 스프와 함께 끓여서 드시고 있었고, 이빨이 좋지않으셨던 관계로, 뿌셔서 숟가락으로 드셨다. 그리고 김치 같은 간단한 반찬하고 같이 드시고 있었다. 

 

농심의 할아버지 후원도 유명하다. 석달로 끊어서 라면과 생수를 공급했었다고 한다.

회사 입장에선 고마운 존재임에는 분명하다. 현대사회에서 보기 드문 기업과 소비자의 좋은 관계를 남겼다. 

 

한편으로 상상도 하게된다. 

박병구 할아버지 덕분에 우리는 라면과 건강이 연관검색어로 만들 수 있었다.

건강한 라면이란 무엇일까?

 

만약 한 개인을 위한 맞춤형 라면이 가능하다면 어떻게 될까?

미래에 제조공장이 자동화되면, 이런 특성화된 라면제품도 가능할까? 

개인이 원하는 라면 형태를 주문하고, 그걸 배달받는 시대가 올까?

내게 이런 주문서가 온다면 어떤 라면을 주문할까?

 

나는 우선 면의 양을 '한개 반' 으로 늘린 라면을 주문하겠다. 현재의 라면은 한개는 너무 적고, 두 개는 너무 많다.

그리고 스프에 된장, 건더기에 건조 오징어를 추가하고 싶다.

 

이런저런 라면의 조합을 상상하다보니, 여러 괴식 라면이 탄생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이미 라면을 개인별로 맞춤해서 먹고있다는...

라면은 이미 미래형으로 소비되고 있다. 결국 망상만 잔뜩 한 꼴이 되었다. 

 

박병구 할아버지의 91세 소식을 알리는 농심 블로그

m.blog.naver.com/nongshimblog/2215316508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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