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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입문하는 사마천의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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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11권의 대장정 중 그 첫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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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역사가, 사마천의 전기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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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재상 관중을 소개하고, 복수의 화신 오자서 이야기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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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전문가 김영수의 추천사
> 더 깊게
이 책은 언뜻 보면 만화가 아닌 것 같다.
알록달록한 책표지가 가득한 만화 서가보단 두꺼운 인문학책들이 가득한 서가에 어울린다.
금색 띠지도 고급한데, 이런 종이를 뭐라 부르는지 모르지만 부들부들한 게 감촉이 좋다.
띠지에 쓰인 광고문구는 이렇다.
중국 고대사 최고의 역사서
사마천의 사기
중국 24정사의 필두에 서는 불후의 역사서가
거장 요코야마 미츠테루의 손끝에서 만화로 태어나다.
다소 거창한 소개지만, 모두 진실이다.
이 책은 참으로 놀라운 책이고, 요코야마 미츠테루는 거장이란 말이 어울린다.
시공사의 책디자인이 마음에 쏙 들어서, 일본판의 디자인을 찾아보았다.
일본판은 총 3가지 판본이 있는 것 같다.
이 만화는 1992년에 연재를 시작했고, 97년에 완성되었다.
단행본은 94년, 2001년, 2008년에 나왔다.
7년 터울이다.
요코야마 미츠테루가 2004년에 사망했기 때문에, 2008년판은 사후에 나온 것이다.
34년생인 작가는 60세를 앞둔 시점에 사기에 도전했다.
그래서인지 작가의 전작들보다 내용이 훨씬 깊다.
삼국지, 수호지도 흥미로웠지만, 어딘가 헤매는 지점들이 있었는데, 이 작품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조금더 다루어주었으면 싶은 것들이 축약되고, 작은 에피소드에서도 핵심이 표현된다.
수없이 많은 춘추전국시대 관련서들 중, 이 책만큼 좋은 해설서도 없다.
어쩌면 사마천의 사기에 충실했기 때문에 얻은 성과인지도 모른다.
이런 분은 세금을 주고 중국사 전체를 그려달라고 부탁해야 한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새삼, 이 모든 일들이 기원전의 일이라는 게 경이롭다.
예수가 태어나기도 전에 벌어진 일들이다.
> 등장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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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의 첫번째 주인공은 저자 사마천이다.
담백하게 이야기해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스토리다.
여기서 인상적인 건, 사마천이 아버지로부터 여행을 권유받는 장면이다.
사마천은 중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역사적 유적지를 보고,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묻고 들었다.
중국문명은 이미 천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었고, 그는 한 시대의 막내였다.
어쩌면 우리들 모두가 그렇다. 어떤 시대의 막내이고, 다른 시대의 선조다.
최신 고고학, 역사학 연구는 사마천의 글들 중 허황된 과장법이라 보였던 것들이 몽땅 실은 매우 사실적인 묘사였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이 기원전의 작가는 신화나 설화로 뭉개지않았다.
상식과 사실을 찾아 착실하게 이야기를 기록했다.
그렇게해서 역사와 저널리즘과 문학의 영역에서 최초이자 으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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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 시대 최고의 재상. 관중
기원전 8세기에 태어나 기원전7세기를 살다간 제나라 정치가
정말 옛날 사람인데, 이 사람의 이야기는 놀라울 정도로 모던하다.
교훈을 주는 성인군자가 아니라, 그 욕망과 실수가 그대로 기록된 현실 정치인이다.
관중은 뒤에 쯔가 붙어 관자로도 불리지만, 쯔가 필요없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다.
관중은 일생동안 생존을 위해 배신하고, 성공해선 교만하게 사치를 부리며, 인격적으로 더러운 놈들하고도 부지런히 손을 잡고 함께 일했다.
이 정치인의 특징은 경제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
클린턴 캠프의 대선 구호.
바보야. 경제가 문제야. 를 연상시킨다.
중화TV의 다큐드라마, 풍운전국은 6화에서 관중의 고향 제나라에 대해 이야기한다.
유난히 경제관념이 발달하여, 왕부터 백성까지 돈을 좋아했고, 상업이 가장 활발했던 나라.
기원전 10세기의 재상, 강태공부터 경제정책이 유별난 나라이다.
풍운전국과 함께 보아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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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화신, 오자서
사마천은 복수라는 테마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건 자신의 테마이기도 했기 때문일 것이다.
1권의 또다른 주인공은 오자서.
손자병법의 손무와 함께 오나라에서 강군을 만들었던 장군.
만화에 나오는 장면 중 단역이지만 가슴이 아팠던, 여러 생각이 드는 인물이 있다.
그건 오자서의 형.
오자서 가문은 초나라에 대대로 충성한 집안으로, 꼬장꼬장한 자존심이 강한 귀족이다.
정사를 보면, 오자서 본인의 무술도 상당한 수준으로 보이는데, 결국 이런 초나라 귀족가문의 전통은 항우에게까지 이어지는 것 같다.
오자서 3부자의 운명을 가른 건, 초나라 왕.
비루한 욕망에 휘둘려 며느리로 온 진나라 공주를 취한다.
더러운 일을 실행하는 자들은 주변을 의심했고, 불안을 없애기 위해 태자와 그의 심복들을 살해하려 든다.
오자서의 아버지는 태자를 도피시키고, 자신은 잡힌다.
초나라왕은 후환을 두려워하여, 오자서의 아들을 없애기위해, 아버지를 살려줄테니 와서 데려가라는 식으로 편지쓴다.
왕의 편지를 읽은 형제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여기서 오자서의 형은 무시무시한 결정을 한다.
나는 안다. 가더라도 아버지의 목숨을 보전할 수 없단 걸.
그러나 아버지가 목숨을 구하기위해 우리를 부르는데 가지않으면 한이 될 것이다.
또한 둘 다 가서 아버지와 함께 죽어, 뒷날 치욕을 씻지 못한다면 천하의 비웃음거리가 될 뿐이겠지.
동생아. 너는 도망쳐라.
너라면 아버지를 죽인 원수를 갚을 수 있을거다.
나는 아버지에게 돌아가 함께 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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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야마 미츠테루의 그림
정성스럽고 고급하게 장정된 책 디자인 때문인지, 이 책의 그림은 거의 판화 작품처럼 보인다.
심플한 선이 돋보이는 인물들은 펜이 아니라, 칼로 새긴 것처럼 느껴진다.
복수심이 테마여서 더 칼의 느낌을 받은 지도 모르겠다.
+ 요코야마 미츠테루의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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