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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에 대한 입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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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하고, 유머있고, 적절한 장면을 찾아내서 읽는 재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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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에 공감하면서, 전체를 통찰하게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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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된 지 90년이나 된 책으로, 미국 교과서에도 실린 20세기 고전이지만, 현대 연구자들은 이 책이 부분적으로 원전을 오역했고, 당대의 관심에 기대어 지나치게 고대를 미화했다고 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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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세에 첫 책을 낸 대기만성형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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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인생의 후반 33년이 하이라이트였다.
1 책 내용 이모저모
작가는 오랫동안 여고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교사이다.
과목은 라틴어, 그리스어로 된 고전문학을 담당.
. 우리나라로 치면 한문 선생님?
아마 그녀의 수업에서 자는 학생은 없었을 것이다.
책이 정말 잘 읽힌다.
어려운 걸 쉽게 설명하고, 부분이 아니라 전체를 보도록 돕는다.
. 그런다고 까이기도 한다.
고대 그리스 관련서들은 아무리 쉬워도 결국 철학이 등장하면 막힌다.
어리둥절해지는 단락이 반드시 나오는데, 이 책은 그렇지않다.
그것도 어려운 걸 뭉개는 게 아니라, 설명하는 데도 그렇다.
평생을 고등학생을 상대로 수업했던 선생님의 내공이 느껴진다.
라틴어 선생님 수업이 이렇게 재미있다니, 놀라울 따름인데...
. 한동일의 수업도 서강대에서 인기최고여서, 근처 연대, 이대 학생들이 도강했다고 하던데, 의외로 재밌는 거 아닐까? 라틴어수업?
이 책은 1930년에 출판되었다. 서점에 깔리는 동시에 화제가 되었고,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열광적인 반응은 국경을 넘어가, 여러 나라에서 출판되었다. 특히 그리스는 자신들의 선조를 현대적으로 재조명한 작가를 크게 평가하여, 그리스 국왕이 직접 나서서 그리스로 초청, 아크로폴리스에서 특별연극을 공연하고, 그 자리에서 황금십자가 훈장을 수여했다. 또 아테네는 그녀를 명예시민으로 임명했다. 그녀는 그리스에서 훈장을 받을 때가 자기 인생에서 하이라이트였다고 말한다.
. 전성기는 90대
고전학자로 자신이 사랑했던 문명의 후예로부터 인정받는 건 특별한 기쁨이었을 것이다.
. 도올 선생님도 이걸 노리고 연변대도 가고, 시황제한테 아부도 했던 것 같은데, 잘 안됐지..
이 책을 보면 도올 선생이 실패한 이유도 보인다.
해밀턴은 현대의 정치권력에 아부하지 않는다.
자신이 성실하게 읽은 이천오백년전 책에 대해, 책 속 사람들에 대해 말할 뿐.
이 책은 고대 그리스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작가의 관심은 결국 현대 미국에 있다.
미국의 민주주의는 어디에서 왔는가?
그것은 최초에 어떤 모습이었고, 왕이 없는 체제를 생각한 사람들의 유니크함과 그 개성을 매력적으로 묘사한다.
인류가 한번도 보지못한 새로운 문명을 찬미한다.
그리고 이천오백년전에 나타난 그 새로운 문명의 씨앗을 구현하는 게 미국이라고 본다.
이 책에는 거대한 나무가 자신을 만든 씨앗을 돌이켜보는 듯한 감각이 있다.
그녀의 대중작가로서의 거대한 성공은 이 감각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미국인들에게 자부심을 준다. 그리고 방향감각이랄까, 어디로 가야하는지, 무엇을 지켜야하는지도 말한다.
. 이거 국뽕아닌가?
우리나라의 국뽕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 한두가지가 아니지... 어쨌든 확실히 국뽕은 제대로 하면 엄청난 상업적 반응이 따라온다.
케네디 형제들과 인연이 깊다.
형 존 F 케네디가 이 책을 좋아하여 취임식에 그녀를 초청했다.
. 그런데 참석을 거절했다. 이유를 검색했으나 찾을 수 없었는데, 연보를 보니 이해갔다. 그녀는 93세였다.
돌아가시기 2년전. 아마도 건강문제일 듯. 사실 의외인 건 케네디쪽이다.
케네디 대통령도 2년 후 살해당했기 때문. 이디스 해밀턴은 5월, 케네디는 11월에 사망했다.
동생 로버트 케네디가 형의 죽음으로 깊은 슬픔에 빠져있을 때, 재클린이 로버트에게 이 책이 위로가 될 거라며 주었다. 죽은 형이 소장했던 책을 로버트는 반복해서 읽었고, 연설문에도 인용했다.
케네디 형제는 왜 이 책을 좋아했을까?
. 국뽕?
자신들의 나라가 인류를 인류답게 만든 문명의 후손이며, 진실된 구현자라고 설득하는 이 책이 정치적으로 유용했을까?
존 케네디는 그랬던 것 같다.
냉전이란 위기 상황에서 이 책이 제시하는 미국의 가치는 의지할 관념으로 훌륭하다.
. 소련은 페르시아?
동생 로버트의 경우는 보다 사적인 독서를 했던 것 같다.
2 작가, 이모저모
작가는 몇 살때 데뷔하는 것이 좋을까?
이디스 해밀턴의 경우, 무려 62세이다.
26년을 근무한 학교에서 은퇴했을 때, 그녀의 상황은 좋지않았다.
그녀는 교장으로서 여학생들을 위한 여러 커리큘럼 개혁을 시도했으나, 저항이 심했다고 한다.
결국 뜻을 이루지못하고 정년보다 일찍 은퇴, 중도하차했다.
때가 1920년대이다보니, 여성에게 엄청난 제약이 있었다.
그녀가 학교에 있을 때 주변과 충돌한 사례 하나.
여학생들로 농구팀을 만들어서 근처 다른 여학교의 팀과 경기를 주선했다. 이것을 지역신문사들이 취재하여 보도하려 했는데, 잘 이해가 안가지만 이런 것도 큰 스캔들이었다고 한다. 이디스 교장은 언론사들을 만나 보도를 하지말아줄 것을 간청하면서도, 농구 시합을 계속 진행시켰다. 이것은 나름 연례행사가 되어 지금까지도 이어진다고 한다.
농구하니까 생각나는 것이, 작가는 학생들의 신체활동을 중요시했고, 여러 활동을 학교에서 시행했다. 그건 고대 그리스가 그러했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는 철학, 연극, 신화의 나라이지만, 동시에 올림픽을 만든 스포츠의 나라이기도 하다. 작가는 이 책에서도 고대 그리스가 정신과 신체의 조화를 추구한 것을 여러번 강조한다. 작가는 고대 그리스의 인간형을 자신의 학교에서도 교육철학으로 구현했던 것 같다.
학교하니 생각나는데, 평생을 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한 분이 막상 자신은 어렸을 때 학교에 다니지 않았다.
이디스의 부모는 4자매를 길렀는데, 학교에 보내지않고 홈스쿨링했다.
그런데 그 교육내용을 보면, 차라리 학교에 가는 편이 편했을 듯.
7살때부터 아버지가 직접 라틴어를 가르쳤고, 그리스어도 가르쳤다.
어머니는 독일어와 프랑스어를 가르쳤다.
영어까지 하면 5개 국어.
그녀는 나중에 독일의 대학에 유학가는데, 어머니에게 배운 독일어를 맘껏 써먹었다.
독일하니, 그녀는 1867년에 독일 드레스덴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태어난 직후, 바다를 건너 미국으로 간다.
미국 인디애나주 포트 웨인에 할아버지가 살고 있었다.
. 포트인데 완벽한 내륙이다. 위쪽에 오대호가 있긴 하다.
할아버지는 1820년대부터 이 지역에 정착하여 돈을 벌었고, 이디스가 태어날 때쯤엔 부동산 쪽으로 큰 부자였다.
포트 웨인은 할아버지가 만든 가족타운처럼 운영되었고, 이디스는 자매들과 함께 대가족 아래에서 자랐다.
엄청난 부자 집안인 것 같은데, 아버지가 할아버지와 달리 돈버는 데 재주가 없었다고 한다.
딸의 말에 따르면, 이 분은 돈에 관심이 없었다고.
. 뭐, 태어나보니 지천으로 깔린 게 돈인 분이니까...
이디스가 십대시절, 아버지는 사업에 실패하고 재산을 거의 다 날린다.
이디스는 부모에게 기댈 수 없다는 걸 깨닫고, 자립을 위해서 여자가 할 일을 찾았고, 교사가 제일 좋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디스의 여동생도 비슷한 결론을 내렸는데, 진로는 달랐다.
여동생은 의사가 되기로 했다.
그녀는 의사자격증을 딴 동시에 병리학 쪽 연구자가 되었는데, 산업계에서 광범위하게 퍼지는 독소에 대한 연구를 했다. 시대적으로 매우 의미있는 연구여서 크게 주목받았고, 하버드대가 그녀를 교수로 채용한다. 이것은 하버드 최초의 일이었고, 이디스의 여동생은 하버드 최초의 여교수가 되었다.
. 홈스쿨링의 효과가 어마어마
이 책은 미국 교과서에도 실려있다. 그래서인지 젊은 연구자들은 이 책에 불만이 많다.
이 책에 대한 비판은 고대 그리스에 대한 비판과 결이 같다. 비판 포인트를 적어본다.
이디스 해밀턴은 고대 그리스를 지나치게 미화했다.
고대 그리스는 노예제 사회였고, 사회적 불평등이 극심했다.
여성에 대한 불평등도 어마어마했다.
원전을 번역할 때 조잡하고 단순화시킨다.
. 이 부분은 뭐라 이해할 수없는 영역. 단, 이디스의 쉽고 강렬한 문장들이 때로 오역의 가능성이 있단 것을 인지하자.
라틴어 배울 엄두는 나지않음.
3 차례
머리말 | 9
1 동(東)과 서(西) _13
2 이성과 정신 _27
3 예술에서 동서양의 방식 _51
4 그리스의 글쓰기 방식 _67
5 핀다로스:그리스의 마지막 귀족 _84
6 플라톤의 눈에 비친 아테네인들 _103
7 아리스토파네스와 고희극(古喜劇) _126
8 헤로도토스:최초의 관광객 _160
9 투키디데스:이미 있었던 것이 훗날에 다시 있을 것이다 _186
10 크세노폰:평범한 아테네의 신사 _208
11 비극의 개념 _231
12 아이스킬로스:최초의 극작가 _242
13 소포클레스:그리스인의 전형 _264
14 에우리피데스:근대적 이성 _279
15 그리스인의 종교 _293
16 그리스인의 방식 _313
17 근대세계의 방식 _345
역자 후기 | 353
인명 색인 | 357
4 추가
크세노폰에 대한 챕터는 정말 재미있다.
크세노폰 공부는 이 책에서부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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