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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Movie

아웃사이드 더 와이어ㅣ빈자의 연구실, 밀리터리판 토니 스타크 작업실

by 헤로도토스의 별 2021. 1. 17.

★ 냉정한 판단으로 승승장구해온 엘리트 드론 파일럿이 콜레트롤 데미지를 발생시켜 징계먹고 최전방에 배치된다.

그런데 그곳에서 만난 상관이 지능형 사이보그였다. 

인격은 커녕 연산과 알고리즘으로 움직이는 존재. 

사이보그 상관은 너 냉정해서 마음에 들었다며 첫날부터 주인공을 현장 근무에 데려간다. 

두 사람은 핵폭탄과 반군테러가 속출하는 동유럽의 거리를 헤매는데, 상관은 아무래도 딴 생각이 있는 듯.

 

사이보그 상관, 안소니 마키

부수적 피해, 콜레트롤 데미지는 전쟁영화에서 자주 나오는 개념이다.

작전 중에 발생하는 민간인 피해, 또는 예측못한 피해를 뜻한다.

작전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피해는 감수한다는 생각.

살을 주고 뼈를 얻고, 뼈를 주게되면 상대의 목을 쳐야한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 하프는 아군 2명을 희생하면 나머지 38명을 구할 수 있는 상황에 처한다.

유독 드론 조종사들이 이런 콜레트롤 데미지의 개념, 상황에 시달리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왜 그럴까?

그건 일체의 현장감없이 데이터로만 냉정하게 처리하는 상황이 뭔가 새로운 상황이고, 일반인들의 상황과 닮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면, 조금 의문이 든다.

상황을 판단하는 정보가 현장과 사령실은 다를 수 있다.

현장은 오히려 전체를 보기 힘들다.

총탄이 날아다니는 현장, 그것도 어둠 속에서 상황을 제대로 판단하는 건 어렵다.

오히려 사령실의 판단이 대세를 볼 수 있다.

그래서 사령실과 현장의 판단 대립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영화가 만든 갈등은 사령실 내부의 갈등이 된다.

 

미사일 발사 스위치를 가진 주인공과 사령실의 지휘관이 갈등한다.

동일한 디지털 정보가 제공되는데, 왜 이런 상황이 발생할까?

영화는 주인공과 지휘관이 보는 화면을 다르게 만들었는데, 이건 사실 말이 안된다.

디지털 정보는 동일하다.

하프만이 볼 수 있는 정보, 판단 근거는 사실 희박하다.

사후에 벌어진 심판장에서도, 하프가 판단의 근거로 본 화면을 재생하면 된다.

하프는 자신이 보는 디지털 정보를 상관과 공유하면 된다.

하지만 영화는 마치 그 정보는 하프만이 볼 수 있는 정보처럼 만든다.

이제 이런 식의 정보는 없다.

 

그래서 영화는 시작부터 뭔가 이상해진다.

익숙한 갈등을 심지만, 자세히 들어가면 납득이 되지않는다.

 

 최초의 아이디어만 가지고 깊이 생각하지 않고 바로 만든 느낌.

넷플릭스의 영화들이 특히 이런 경향이 있다.

뭔가 핵심적인 것들이 덜 숙성된 느낌.

너무 급하게 만들었다는 느낌.

이 영화 정도면 그래도 줄거리를 엮은 편이고, 어떤 것들은 완전히 실수한 것들도 많다.

 

 하프는 미국 본토의 안전한 조정실에서는 냉정하게 판단하다가,

내전 중인 동유럽의 거리에서는 처음 보는 민간인을 구하기위해 자신의 목숨을 건다.

캐릭터를 거기까지 변하게 하고싶은 건 알겠는데, 전혀 공감이 안되었다.

왜냐하면 하프가 이런 인격 변신을 하기까지 그는 하루 밖에 안걸렸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놀랍게도 큰 줄거리가 거의 하루 안에 이루어진다.

사이보그 상관을 만나서 핵문제를 처리하는 것이 단 하루다.

현장 경험이 하루인 하프가 그렇게 인격을 바꿀 수 있나?

 

또 거의 공각기동대의 쿠사나기 소령급의 전투력을 보이던 사이보그 상관,

팔콘 형이 왜 하프에겐 약한가?

현장 하루 차의 데스크 장교가 이 모든 일을 감당하기엔 설득력이 없었다.

 

콜레트롤 데미지는 말 자체에 판단이 이미 들어있다.

피할 수 없는 손해라는 의미가 있다.

작전, 전쟁, 업무 중 득실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손해를 보겠단 생각이 이미 있다. 

꼭 전쟁이 아니라 일상에서도 벌어지는 일이다.

결국 내가 그 버리는 쪽에 속하면 가장 재수가 없는 것이고, 

사실 인생은 늘 그런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무서운 것이다.

내가 살리는 쪽에 속하면 별 문제가 안된다.

 

한편 버리고 살리는 것을 결정하는 쪽의 고민도 이해된다.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이런 경험은 인격에 큰 충격을 줄 것이다.

 

사실 콜레트롤 데미지는 전쟁에서 생존한 사람들에게 큰 후유증을 남긴다.

또 전쟁을 앞둔 사람들에게도 중대한 문제를 던진다.

전쟁은 결국 본질적으로 비극인 것이다.

 

 

안소니 마키의 집무실이 인상적이었다.

뭔가 저렴한, 밀리터리판 토니 스타크의 작업실같았다.

팔콘이 토니 스타크의 작업실을 구경한 뒤, 부러워서 따라해본 것 같은 느낌.

 

 

영화에서 안소니는 LP판으로 음악을 듣고, 종이로 출력하여 서류철을 만든다.

종이서류는 러시아 해커들을 대비한 보안책이라고 말한다.

오래된 서류를 보는 장치로 형광등이 아래에서 올라오는 데스크가 있는데 좋아보였다.

하지만 저렇게 비추어서 볼 서류가 얼마나 있겠나 싶다.

 

서류철 - 메인데스크(턴테이블과 책) - 소품

 

위의 순서로 된 집무실 배치가 재미있었다.

LP판을 듣는 건 사실 대단한 번거로운 일이다.

시간마다 일어나 판을 갈아주어야 한다.

그 시각을 업무의 데드라인으로 이용하거나, 몸을 움직이는 타이밍으로 잡는 것은 가능하겠다.

하지만 극중 안소니 마키는 사이보그인데...

 

 

★ 상세 줄거리

2036년, 동유럽 내전에 미군이 투입된다.

평화유지군인 미군에게 가장 위협은 '발칸의 악마' 로 불리는 코발이란 군벌이다.

한편 드론 조종사 하프는 99%의 성공율을 가진 엘리트 장교이다.

하지만 작전중 독단적인 판단으로 미사일을 발사해, 적군과 함께 아군 2명이 죽었다.

그는 나머지 38명의 소대원을 살렸다고 항변하지만, 상부는 명령불복종으로 최전방으로 파견한다.

책상 일만 하던 조종사에게 현장 맛을 보라는 것.

하프가 보내진 곳은 하필이면 동유럽, 하필이면 자신이 미사일을 쏴서 2명을 죽인 부대이다.

병사들의 적의 속에서 그는 자신의 현장 상관을 찾아가는데, 상관이 팔콘이었다.

상관이 사이보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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