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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Book

엄원태, 소읍에 대한 보고ㅣ문지 시인선 158

by 헤로도토스의 별 2021. 1. 22.

★ 뒷표지
이제 이 삶은, '견디는 것'이라는 의미만으로 탈색된 채 내게 던져져 있다. 
병은 내게서 서서히, 그러나 많은 것을 앗아갔다.
내 육체는 상실과 박탈 속에서 서러웠고, 거기에 반비례로 질기디 질긴 욕망의 끝에 매달린 허기와 목마름은 나를 어두운 고통의 심연으로 끌고 들어갔다. 
수렁 같은 고통을 거쳐오면서, 나는 드디어 '겸손하게!' 그 실존적 한계를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한계를 받아들인다는 것, 그것은 단순히 패배를 인정한다는 것과는 다른 무엇이라는 것을 이제는 어렴풋이나마 알 것 같다. 

나는 도대체 왜 '견디는' 것일까?

나는 요즈음 옛날 얘기나 동화의 상징성을 이해하는 편이다. 
밥 먹고, 잠자면서 살아가는 이 일상의 지리멸렬함이란!
그런데도 불구하고 나는 이 지리멸렬한 일상을 한없이 사랑하게 된 것이다.
고통스러울수록, 세상에 대한 나의 사랑은 한없이 증폭되어갈 것같다. 이 무슨 애착이란 말인가?

언젠가 그때, 내게 시간이 주어진다면, 아름다운 동화나, 옛날 얘기를 써보고 싶다. 

나의 이 '견딤'이 그대에게 작은 위안이었으면 좋겠다. 

★ 시인의 말
自序

견디기 힘든,
그러나 견뎌야 하는
내게 주어진 이토록 소중한 시간들...

1995년 봄
엄원태 

 

★ 한국은 주류 이야기가 도시에 있다.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 이야기.

도시에 대한 이야기.

그것도 대도시, 주로 서울의 이야기다.

 

그래서 시인이 이야기하는 소읍이 새롭고 귀하다.

소읍의 이미지들, 이야기들, 언어들, 풍경들, 

 

투병기 기운이 전체적으로 깔려있어 그런지, 소읍의 풍경은 전체적으로 쓸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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