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프 노트
정한아 저
★ 뒷표지
유대인들의 죄책감 때문에 예수는 부활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 같다.
★ 시인의 말
언니, 배고파?
...... 아니.
졸려?
...... 아니.
그럼 내가 만화책 빌려 올 테니까, 그때까지 자살하지 말고 있어!
띠동갑 동생은 잠옷 바람으로 눈길을 걸어
아직 망하지 않은 만화대여점에 가서
<천재유교수의 생활>을 빌려 왔다.
우리는 방바닥에 엎드려 만화책을 봤다.
눈이 아하하하하하 쏟아졌다.
그 후 20년, 이 만화는 아직도 연재가 안 끝났다. 그건 그렇고.
내 동생을 괴롭히는 자는 처참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
얼굴에서 웃음기가 싹 가신 이들에게 이 시집을 바친다.
2018년 봄
정한아
★ 역대 가장 짧은 뒷표지의 말이 아닐까?
이중부정의 문장은 늘 성가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더 이중부정의 문장들이 싫어진다.
그래서 단순하게 써보았다.
유대인들의 죄책감 때문에 예수는 부활했다.
이것과
유대인들의 죄책감 때문에 예수는 부활하지 않으면 안되었던 것 같다.
어떻게 다른가?
확실히 뒤의 문장이 좀더 섬세한 생각을 하고 있다.
단순히 뭘 강조하는 걸 넘어서, 생각의 과정과 넓이가 섬세하다.
어떤 생각의 전쟁터에선 이런 섬세함이 더 쓸모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중부정과 ~~같다의 문장으로 세운 생각의 집은 허약하다.
특히 종교적 사색에서 이런 문장을 사용하는 건 약간 비겁해보이기도 한다.
★ 시인의 말이 상쾌했다.
재미있게 본 만화 "천재 유교수의 생활"도 나오고.
눈오는 밤에 만화라니. 너무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막상 시집을 읽어가자 약간 침울해졌다.
유머가 간간히 등장할라치면 금세 숨는다.
시집 속 사람들은 뭐랄까, 지쳐있달까? 내성적이랄까?
이 시집은 만나서 이야기하면 웬지 기운이 빠지는 친구,
하지만 정직해서 믿음이 가는 그런 친구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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