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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Drama

풍운전국ㅣ중화TV, 명품 다큐 드라마ㅣ5화 위나라ㅣ 의심많은 권력과 파란만장한 인재들ㅣ손빈, 오기, 범저, 상앙의 경우

by 헤로도토스의 별 2020. 10. 12.

위나라는 어떤 나라였나?

<개요>

  • 전국 7웅 중 가장 먼저 패자의 위치에 오른 강국.
  • 인재들을 역대급으로 많이 배출했으나, 의심으로 모두 잃은 나라.
  • 오기, 상앙, 손빈. 범저 등등.
  • 모두 큰 뜻을 품고 위나라에서 캐리어를 시작했으나, 쓰라린 시간을 보낸 뒤 복수한다.
  • 위 문후는 공자의 제자인 자하를 스승으로 모시고 서하학파란 학교를 만들었다. 이 학교는 제나라의 직하학당과 더불어 전국시대의 가장 강력한 인재배출 기관이다. 하지만 이 학교는 높은 명성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망국의 원인인지도 모른다.

평민 출신 위나라 장군, 악양

<더 깊게 읽기> 

1> 풍운전국답게 위나라 편도 오프닝이 강력하다.

 

장군 악양이 전쟁터의 막사에 있다.

그는 이웃국인 '중산국'과 국운을 건 싸움을 앞두고 있는데, 그의 출전에 위나라 조정에서는 논란이 있었다.

그의 아들이 중산국에서 관리로 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악양은 귀족이 아니라 평민 출신.

위 문후는 공과 사를 구별하여 악양의 군인으로서의 능력을 높이 사서, 과감하게 사령관을 맡긴다. 

중산국은 악양의 아들을 인질로 협상하려 하지만, 악양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러자 중산국은 굉장히 나쁜 선택을 하는데, 악양의 아들을 죽여서 고깃국을 삶는다. 그리고 사신을 보내 고깃국을 악양에게 준다. 

아들의 고깃국을 앞에 둔 악양장군

책들에선 여기서 악양이 고깃국을 꿀꺽꿀꺽 먹고 다음과 같이 내뱉었다고 전한다. 

 

"보내준 고깃국은 잘 먹었다. 곧 너희 나라 왕의 국도 먹겠다"

 

그리고 악양은 전투를 시작해서 중산국을 지도에서 없앤다.

실로 무시무시한 이야기다.

풍운전국은 이 에피소드를 오프닝으로 선택했다.

다만, 아들의 고깃국을 받은 악양의 연기를 섬세하게 조정한다.

 

(풍운전국에서) 악양은 중산국 사신이 보낸 편지를 읽고 화가 나서 벌떡 일어난다.

그리고 사신이 들고있는 고깃국이 담긴 그릇을 노려본다.

욕지기가 난다. 

헛구역질을 몇 번 한다.

그리곤 칼을 뽑아 사신을 죽이려 하는데,

사신이 엎드려 절하곤 말한다.

 

"제 군주가 한 일입니다. 저는 그냥 사신일 뿐입니다!"

 

그러자 악양은 분노를 차분히 가라앉힌다.

그리고 고깃국을 숟가락을 퍼서 먹는다. 

기겁하는 사신.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

역사책 속 에피소드를 훨씬 디테일하게, 악양의 입장에서 묘사했다.

 

그런데 풍운전국 위나라 편을 다 보고나면, 이 장면이 다르게 읽힌다.

그동안 역사책에서 읽은 악양의 이야기는 출세욕이 강한 평민 장군의 비극으로 보였다.

하지만 풍운전국은 보다 넓은 시각으로 안내한다. 

 

왜 위나라 인재들은 하나같이 위나라를 떠나는가?

 

악양의 이야기도 상황을 보면 의심가는 것들이 있다. 위 문후는 전국 시대를 열어제낀 남자로 중국에서 귀족의 특권을 처음으로 폐지하고, 평민들을 관직에 등용했다. 인구 중 가장 많은 평민들을 등용하는 것만이 생존의 길이라 본 것. 문후는 극심한 귀족들의 반대 속에서도 평민 출신 재상, 장군들을 등용했고, 중용했다. 그는 인사의 천재였던 걸로 보이는데, 결점이 있는 사람도 적재적소에 잘 썼다고 한다. 하지만,

악양의 경우, 왜 하필이면 그의 아들이 관리로 있는 나라의 정벌을 맡긴 것일까? 악양은 반대를 심하게 받은 장군, 그는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으려면, 지독하게 굴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린 것이다. 위문후는 악양의 충성심을 거꾸로 이용한 것은 아닌지. 위 문후는 악양이 전쟁에서 이겼지만, 그 후론 꺼려 중요한 일에 쓰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것들은 위나라 군주의 나쁜 인사 스타일로 보인다. 위문후 정도 되는 위인은 이런 위험한 곡예같은 인사를 감당했지만, 그보다 못했던 후대 군주들은 걷잡을 수 없는 폭주가 시작되었고, 결국 인재들을 놓친 것은 아닌지. 하여튼, 악양의 이야기 속엔 위나라를 망국으로 이끈 군주의 인사 스타일이 이미 예고되어있다. 제작진이 악양으로 5화를 시작한 뜻이 적절하다. 

 

2> 손자병법의 손빈의 비극

학교 동문이었던 방연의 초청으로 위나라에 왔던 손빈.

인재를 널리 모으는 위나라 정책에 호응하여 열심히 일하려 하지만, 이 사람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두가 안다.

비극도 이런 비극이 없다. 그는 얼굴에 죄인의 문신이 새겨지고, 무릎 아래가 잘려 나간다. 

 

이 이야기도 방연이 위나라 장군이란 것에는 그동안 주목하지 않았다.

위나라의 인사 스타일이 반복되고 있다.

 

손빈은 다행히 살아서 고향인 제나라로 탈출했고, 그는 복수에 성공한다.

 

3> 오기의 수난

오기는 위나라에서 불패의 장군이었다. 

하지만 결국 승진에서 계속 물을 먹는다. 

풍운전국이 보여주는 오기의 상황은 약간 복잡하다. 오기는 쓰리쿠션 모함을 당한다.

 

오기를 불편해하는 재상이 있었다. 

그는 군주가 오기를 공주의 사위로 생각한다는 걸 알고 있다.

왕실과 혼인으로 얽히면 오기의 입지는 탄탄해질 것. 또한 자신의 입지는 불리해진다.

재상은 군주의 혼담이 오기에게 들어가기 전, 역시 공주였던 자신의 아내와 연극을 짠다. 오기를 집으로 불러 술자리를 갖고, 국사를 논한다. 그런데, 마누라가 들어와 오만하게 남편을 대하고, 술을 남편의 머리에 붓는 장면을 연출한다. 오기는 왕실과 결혼하면 이런 곤란함이 있구나 깨닫는다.

그래서 오기는 왕으로부터 공주와 혼담을 받았을 때, 정중하게 거절한다. 

왕은 오기의 거절을 받고 실망하고, 오기를 멀리 하기 시작한다.

 

이 에피소드는 상당히 보여주는 것이 많다.

우선, 왕이 의심이 많으면, 그걸 이용하는 신하들이 생긴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왕 주변에 그런 의심을 증폭시키는 자들이 모이는 것이다. 

어쩌면, 위나라 왕은 내부 권력유지에는 매우 유능한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 신하들이 서로 의심하고 견제하면, 왕의 자리를 넘볼 에너지가 없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에선 결국 능력있는 자들, 신념이 있는 자들, 바른 소리를 하는 자들이 튕겨나간다. 

 

4> 상앙의 한탄

위나라 왕이 병든 재상에게 문병을 간다.

골골하는 재상은 왕에게 간곡하게 유언처럼 인재를 추천한다.

 

제 문하에 있는 사람 중엔 상앙이 최고입니다.

그를 쓰시려면 재상으로 높이 쓰시고, 안쓰시려면 죽이십시오.

 

거 왜 또 죽이라는 말을 보태는지...

재상도 참 말이 독하다.

그런데 풍운전국이 묘사하는 위나라 왕을 보라.

 

왕이 재상의 문병을 마치고 로비로 나오자, 문하생들이 전부 모여 왕에게 인사한다.

왕은 인사를 정중하게 받은 뒤, 

 

누가 상앙 선생이신가?

 

상앙은 뒷자리에 있었는데, 왕의 부름을 받고 앞으로 나서 인사한다.

왕은 히죽거리며 상앙에게 다가서더니, 상앙의 귀에 속삭인다.

 

당신 스승이 자넬 쓰지않을거면 죽이라던데, 어떻게 생각해?

 

참, 하여튼 위나라 왕들은 사람을 곤란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왕은 상앙을 쓰지않는다. 

스승은 상앙을 걱정하여, 상앙을 불러 어서 위나라를 뜨라고 말한다.

왕이 너를 죽일 수도 있다. 위험하니 떠나라.

이때 상앙이 하는 말이 재밌다.

 

선생님께서는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쓰라는 말도 안들었는데, 죽이라는 말은 듣겠습니까?

 

하지만 상앙은 잽싸게 위나라를 뜬다.

스승을 안심시키는 예절을 지켰을 뿐. 위험을 느낀 것이다.

그는 진나라로 가서 강국으로 만들고, 나중에 위나라를 공격한다.

 

4> 범저의 수난

위나라 재상의 술자리. 

범저는 뒷자리에 조용히 앉아있다.

그는 가난한 평민이었으나, 언변이 좋았다. 

그는 유력 정치인의 가신으로 들어가 열심히 사는 중이었다.

그런데 모시는 정치인이 재상에게 귓속말로 뭐라 말하면서, 범저를 본다.

술에 취한 재상과 정치인은 범저를 나오라고 하더니,

 

제나라의 간첩 새끼. 어딜 함부로 까불어?

 

사람들을 시켜 범저를 죽기 직전까지 때린다.

왜 이런 일을 벌이는가?

범저는 몇 달전, 모시는 정치인과 함께 제나라에 사신으로 갔다.

제나라는 범저의 언변이 매우 인상적이었는지, 일종의 스카웃 제의를 했다. 하지만 범저는 거절했다.

자신은 고향인 위나라에서 성공하고 싶다면서...

제나라는 아쉬워하면서 물러났지만, 거꾸로 주인이 그 사실을 알더니 삐진 것이다. 

 

그냥 몇 대 주어박고 내쫓았으면 될 일을 위나라 답게 고약한 쪽으로 키운다. 죽도록 얻어맞은 범저는 변소에 버려진다. 그리고 술에 취한 재상과 주인이 변소에 온다. 술을 마셨으니 오줌이 마려웠을 거다. 그런데 꼭 그 오줌을 범저의 얼굴에 누어야 하나? 왜 이렇게 극단적인 행동이 나올까? 

 

범저가 필사의 탈출을 감행해 간 곳은 제나라가 아니라, 진나라였다.

진과 제의 나중의 운명을 보면, 범저의 판단은 매우 정확했다.

확실히 진나라는 당시의 가난한 인재들에게 매력과 보상이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범저도 위나라에 복수한다. 

자하의 서하학파

5> 자하의 서하학파

자하는 공자가 살아 생전 직접 가르쳤던 제자이다.

이 남자에 대해 풍운전국은 상당히 흥미로운 해석을 알려준다.

자하는 후기로 갈수록 유가의 본질에서 이탈했고, 위나라에 왔을 때는 어딘가 이단적인 분위기를 풍겼다는 것이다. 

 

자하의 이단적인 분위기란 말이 참 흥미롭다.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공자의 유학은 아무래도 덕과 인을 가진 사람이 이상형이다. 여기서 일탈하여 이단이 된다면 어떤 지향점이 남나? 자하는 예법을 강조하는 가르침을 펼쳤다고 알려져있는데, 결국 이 예법이란 인간의 자연스러운 성품과는 멀어진다. 자하의 학문은 위나라 군주에게 왜 매력적이었을까? 자하의 예법은 결국 의심많은 위나라 군주의 인사스타일에 이론적 배경을 제공했던 것일까? 

 

질문은 계속된다.

 

권력자의 의심은 과연 나쁘기만 한 것일까?

인사는 어떻게 해야할까?

위나라, 중국의 센터

한편, 위나라는 지형상 그야말로 중국의 센터다.

구석에 박힌 나라들이 어딘가 외골수의 길을 간다면, 센터에 있는 나라는 눈치를 많이 본달까?

관계하는 인접국이 많기 때문에, 아무래도 영향을 받는 것 같다.

그런 눈치보기의 한 기술이 의심이었던 걸까? 

 

하여튼, 오기, 손빈, 상앙, 범저를 원수로 만들었으니, 그 나라가 멀쩡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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