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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Movie

리암 니슨의 콜드 체이싱ㅣ설산에서 벌어지는 타란티노식 활극

by 헤로도토스의 별 2021. 2. 2.

★ 아무 정보없이 영화를 보는데, 점차 타란티노가 생각났다.

무자비한 폭력을 휘두르는 남자들이 우르르 나오고, 의외의 순간에 엉뚱하게 죽는다.

인물들은 장광설을 떠들고, 헛짓들을 하면서도 어딘가 인생철학을 가진 멋짐을 보여준다.

굳이 메인 스토리를 따자면, 당한 자의 복수 이다.

 

배경만 설산으로 바꾼 느낌이었다. 

감독이 타란티노의 조연출이라도 되나? 

검색해보니 노르웨이 사람이다.

 

촬영현장의 감독과 리암 니슨

★ 한스 피터 몰란트

감독은 같은 영화를 2번 만들었다.

이것도 되게 희한한 경우인데, 노르웨이에서 원작영화를 만들었고, 그게 대히트를 하자,

헐리우드에서 영어판으로 배우들을 싹 갈고, 캐나다 배경으로 리메이크를 만들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가?

 

우선 몰란트 감독이 영어를 잘 한다는 것이 기본이겠다.

그는 이십대에 미국에 와서 영화 연출을 공부했고, 그후 광고회사에서 일했다.

다시 노르웨이로 돌아가 자기 성을 회사 이름으로 한 '몰란트'란 광고회사를 세우고, 성공했다.

노르웨이에서 가장 유명한 광고회사라고 한다.

 

젊어서 미국에서 공부하고 일했으니, 미국 영화 시스템과 친할 것이다.

어쩌면 영화 연출의 기회를 헐리우드에서 얻기 위해 계속 노력했는지도 모른다.

 

광고 감독에서 영화 감독으로 이동했기 때문에, 유럽 내에선 노르웨이의 리들리 스콧이라 불린다고 한다.

 

나는 헐리우드판 영화 밖에 못봤는데, 촬영은 대단히 아름답다.

광고 감독 출신답게 감각이 뛰어나고, 재치있다.

여러 기법들을 자유자래로 사용하는 편이어서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감독이다.

 

하지만 리들리 스콧까지 되려면... 일단 오래 살아야 한다.

 

노르웨이 원작, 사라짐의 순서, 지옥행 제설차

 

★ 새삼 타란티노의 영화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타란티노는 깔깔 웃으면서 폭력을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었다.

코믹한 요소가 없었다면 타란티노의 영화 속 폭력은 보기 힘들었을 것이다.

코믹과 폭력. 이 어색한 조합이 의외로 잘 어울렸고, 새로운 스타일의 잡종 연출법이 또 이 어색한 조합을 도와줬다.

그는 오래된 영화기법들을 과감히 가져다 쓴다.

마치 축구의 비엘사 감독이 오래전에 폐기된 전술을 다시 가져와 쓰는 것처럼.

타란티노는 사실 영화 연출의 기본기가 굉장히 탄탄한 법이다.

'재키 브라운'같은 영화를 보면, 그가 얼마나 기본기가 잘 되어있는지 알 수 있다.

 

헐리우드판 

 

★ 영화에 리암 니슨의 아들로 나오는 젊은이는 실제 리암 니슨의 아들이라고 한다.

아들은 아버지의 연기 현장을 가까이서 지켜봐서 좋았다고.

촬영 현장이 굉장히 추운 곳이라, 고생이 많았다고 한다.

몰란트 감독은 촬영 초반, 괜히 이런 곳으로 고집해서 모두를 힘들게 했다고 자책.

나중에 촬영본을 보고서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로케이션이 정말 훌륭했고, 아름다운 자연이 배경으로 찍혀서 좋았다고 한다.

 

★ 배우들 연기가 다들 좋다. 

조연들도 자기 몫을 다하고, 강렬하게 죽는다.

이것도 생각해보면 타란티노식이다.

타란티노는 영화 경력이 늘어가면서, 그 중간에 죽는 배우들도 다른 영화에선 주연급으로 바뀌어갔지만.

 

★ 재미있게 본 영화다.

하지만 역시 이런 식은 아무리 재밌어도, 결국 타란티노의 그림자이다.

몰란트 감독의 영화가 타란티노와 진정으로 다른 점이 있는 지 잘 모르겠다.

미국에서 영화감독으로 바로 데뷔하지 못한 건, 그가 의외로 독자성이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가 원작 영화를 발표한 건, 2015년으로 그의 나이가 59세 때이다.

어쩌면 독창성에 대한 부담을 나이 먹은 뒤에 버리고, 그저 마음이 가는 대로 만든 작품이 대히트를 한 지도 모른다.

리암 니슨과 만나 영화를 찍고 발표한 건 그의 나이 64세 때이다.

 

몰란트 감독의 영화 이야기를 하면서, 자꾸 다른 감독들 이름이 나와 미안하다.

제2의 리들리 스콧,

타란티노의 그림자.

리들리 스콧과 타란티노의 교집합?

독창성에 대한 고민을 미루어둔다면, 비슷하다고 언급되는 이름들이 대단한 것만 해도 좋아보인다.

 

조금 색다른 액션영화를 보고싶으신 분들에겐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스텔란 스타스가드, 원작영화의 주인공

 

영리하고 의욕적인 동네 경찰로 나오는 에미 로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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