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주를 좋아하는 조지 클루니
조지 클루니가 기어코 다시 우주로 갔다.
그가 우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 나온 건 이번이 3번째다.
미드나이트 스카이 이전에 솔라리스, 그래비티 가 있었다.
이전의 2편을 재밌게 봤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기대가 컸다.
물론 이 영화에서 조지 클루니 본인은 우주에 가지 않고 북극에 남아있다.
대신 다른 배우들이 우주에서 활약한다.
무중력 상황에서 둥둥 떠다니고, 여러 기술적 어려움 속에서 해결책을 찾는 건 그들 몫이다.
하지만 조지 클루니가 있는 북극기지도 우주와 비슷하다.
영화 속에선 되려 이쪽이 더 위험한 곳으로 보인다.
우주 쪽은 오히려 쾌적해보인다.
반면 북극기지는 재해 대피 차원에서 인간들이 모두 이주했기 때문에, 조지 클루니 혼자 있다.
또, 그는 병들어 죽어가는 중이며, 매일 수혈을 받는다.
그러면서도 매일 위스키를 들이 붓는 중이다.
그러면서도 또 약을 먹는다.살고 싶은 것인지, 죽고 싶은 것인지 헷갈리는 노인이다.
이 영화 전반이 그랬다.좋은 것과 나쁜 것, 아주 공들여 만든 것과 건성인 것들이 같이 있다.좋아하는 배우가 나오는 영화라, 되도록 몰입하여 보고싶었지만, 저게 어떻게 가능하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김이 새는 경우가 많았다.
조지 클루니의 3번째 우주 영화는 실패라는 생각이다.
★ 이상했던 점
1 우선, 우주비행사 설리가 임신한 것이 이상했다.
설정으로 나온 우주비행선이 쾌적하긴 했다.
넓은 공간, 높은 천장, 차분한 인테리어, 높은 장비 수준,
모든 것이 지구에서의 생활과, 또는 보다 더 훌륭해보였다.
그래서 임신도 가능하다고 본 것 같다.
하지만 그래도 우주다.
막대한 돈이 들어가고, 어찌보면 인류를 대표해서 뽑힌 사람이 임무 중에 임신을 한다는 게.
설리라는 캐릭터가 불성실해 보였다.
원작소설도 그런가? 싶어 찾아보니, 원작은 임신 설정이 없다.
이 쪽이 맞다고 생각한다.
대체 왜 임신을 시킨걸까?
조지 클루니한테 여자 애를 붙였으니, 설리 쪽에도 애를 붙이고 싶었던 걸까?
그냥 여태까지 없었던 우주비행사 캐릭터를 만들어 보고 싶었던 걸까?
하지만 설리의 임신은 영화의 분위기도 망쳤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일종의 아포칼립프스 장르다.
망한 지구에서 벌어지는 묵시록 같은.
지구가 망하고, 우주에 홀로 남겨진 비행선, 그 비행선의 승무원들을 다루는 데는 더 현실적인 쪽이 나았다는 생각이다.
영화 속 설리와 비행선 상태는 초호화 유람선의 느낌인데, 그것도 설정을 갈가먹는 선택이었다.
소설가는 알았지만, 영화감독은 몰랐다. 또는 이것을 무시했다.
조지 클루니는 왜 그랬을까?
2 초인 할아버지
조지 클루니가 연기한 천문학자의 신체상태가 도무지 이해가 안되었다.
영화 내내 위스키를 퍼마시고, 매일 수혈을 받아야 사는 환자인 주제에, 여자애를 데리고 북쪽 기지로 갈 때 보여주는 사고처리 수준이 너무 굉장했다. 물 속에 빠지고도 살아남고, 한데서 얼어죽지 않고 멀쩡하다. 말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저런 신체의 영감이라면 강원도에서도 죽는다.
왜 저런 식으로 이야기를 진행시킬까?
애초에 조지 클루니는 이런 현실적인 요구를 받아들일 마음이 없었다.
그는 어떤 은유를 만들어내는 이미지들에 주목했고, 나머지는 그런 식으로 역경을 겪는 장면이야 하는 식으로 넘어가면 된다고 봤다. 영화는 이상해서 때로 이런 식의 전개가 먹히기도 한다.
하지만 이 영화에선 실패했단 생각이다.
밥먹다가 돌을 씹은 느낌이었다.
★ 우주비행사의 통신
별을 바라보고 사는 천문학자와 그 별들 사이를 항해하는 우주비행사의 대화
뭔가 낭만적인 상상이지만, 기술적으로 가능한 리얼한 상황인 모양이다.
지구가 어떤 이유로 망하고, 북극에 남은 조지 클루니는 통신으로 우주에 있는 비행사에게 상황을 알린다.
영화의 설정을 처음 들었을 때, 이거 어디서 본 이야기인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지 클루니의 실루엣이 나온 포스터를 보고서 깨달았다.
조지 클루니의 전작, 그래비티에 비슷한 상황이 나왔다는 걸.
그래비티에서 산드라 블록은 사고로 동료 우주인들을 모두 잃고, 혼자 남겨진다.생존을 위한 시도가 허위로 돌아가고, 산소마저 떨어져가는데, 그녀는 지구로부터 들려오는 통신소리를 듣는다.그래비티에선 그린란드 이누이트족과 연결된다.이누이트족은 자신의 언어로 이야기하기 때문에, 산드라 블록은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다.하지만 그것이 지상과의, 인간과의 마지막 대화이다.그녀는 이런저런 말을 시도해보지만, 제대로 된 대화는 불가능했다.마지막으로 산드라 블록은 고맙다고 이야기했던 것 같다.
이 다음으로 조지 클루니가 환영으로 등장한다.
이누이트족과의 통신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실제 우주비행사들에겐 임무 중에 저런 식의 교신이 있는 모양이다.
이 영화의 설정은 이것을 좀더 가다듬어 메인줄거리로 삼았다.
★ 원작소설
릴리 브룩스돌턴의 원작소설은 영화와 제목이 다르다.
굿모닝 미드나이트
조지 클루니는 왜 굿모닝을 삭제했을까?
소설에선 설리가 영화와 반대로 행동한다고 알고 있다.
그것이 굿모닝을 없앤 이유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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