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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Drama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 애플이 만든 드라마는 어땠나?

by 헤로도토스의 별 2022. 11. 19.

클레온 황제, 더 데이

OST

굉장히 아름다운 멜로디를 우연히 들었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파운데이션의 OST였다.

드라마에 대한 평이 좋지 않아 보지 않았는데, 갑자기 호기심이 생겼다.

음악을 듣는 셈 치고, 1화만 보기로 했다... 가 그만 단숨에 마지막 10회까지 봐버렸다.

 

우선 음악은 생각보다 더 훌륭했다. 

베어 맥크레리는 역시 실력있는 작곡가였다. 

 

전체 앨범을 따로 들어보니 짜임새가 좋고 작품과도 잘 어울렸다.

오랫만에 두고 두고 사골처럼 우려먹을 수 있는 OST를 만났다. 

일할 때 자주 들을 것 같다.

 

드라마도 시중에서 들은 악평보다는 좋았다. 

즐길 꺼리도 많았고, 배우들도 연기를 잘 했다. 

굉장히 아름다운 세트와 화면을 보는 동안 눈이 즐거웠다.

 

스토리

드라마는 원작 소설과는 빠르게 헤어져 다른 길을 갔다.

황제가 유전으로 세습한다는 아이디어는 흥미롭지만, 아니 너무 흥미로워서 모든 걸 바꿨달까?

드라마는 해리 셀던과 그의 파운데이션 후예들이 조연으로 밀려나고, 

클레온 황제와 제국의 경영자들이 주연이 되었다.

 

제목을 "엠파이어"라고 붙이는 편이 옳을 정도.

 

더구나 황제 역을 맡은 리 페이스가 너무 대단한 열연을 펼쳐서, 나는 그의 입장에 동조되었다.

그가 받는 스트레스가 내 것처럼 느껴졌다.

 

유전 세습 황실을 노리는 음모는 상큼한데, 그에 대한 대응도 시원했다. 

 

황제 쪽 이야기가 너무 강해서, 해리 셀던 쪽 스토리는 기가 꺾였다.

이게 문제가 된 것은 제목은 파운데이션인데, 그쪽 사람들이 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해리 셀던의 제자들은 그 바쁜 통에도 잽싸게 연애를 시작하고, 장기의 말처럼 쓰고 버려진다.

전체적으로 좀 못나 보인다.

 

또한 해리 셀던의 대의에 동조하여 안정된 생활을 버리고 위대한 도전에 나서는 파운데이션의 엔지니어들은 답답한 공무원처럼 그려진다.

 

어쨌든 제국의 이야기가 위로 떠오르고, 파운데이션 이야기가 아래로 처지니, 

마치 간판과 따로 노는 식당 같은 느낌이다.

그렇다고 한식 먹으러 들어갔더니, 양식이 나오는 정도는 아니고,

곰탕 먹으러 들어갔더니, 설렁탕이 나오는 정도?

 

사람에 따라서는 이런 차이를 못견디는 이들도 있을텐데, 나는 그냥저냥 즐길만 했다. 

 

원작

아시모프의 원작을 다시 읽고 있다. 

옛날에 집어들었다가 재미없어서 내던졌던 책인데, 드마라 때문에 흥미가 생겨서 다시 읽고 있다.

지금은 왜 재미를 못느꼈는지 스스로에게 의아할 정도이다.

 

이 걸작 소설에 아무런 감흥을 못느낀 옛날의 나에게 꿀밤을 먹인다.

소설을 읽을수록 드라마는 스토리를 잘못 가도 크게 잘못 가있다는 생각이 깊어진다. 

시즌이 계속 될텐데, 과연 이 난장판을 어떻게 수습할 지...

 

 

 

해리 셀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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