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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가랜드의 데브스(Devs) l 하진, 미드 사상 최고로 멋진 한국인 캐릭터ㅣ소노야 미즈노의 릴리는 아담의 첫번째 부인 ★ 미국영화나 드라마에 한국인 캐릭터들이 부쩍 많아진다. 반갑고 기분좋은 일이다. 오랫동안 미드 속 한국인들이 활동하는 공간은 슈퍼마켓, 코리안타운, 갱단 아지트, 세탁소 였다. 한글 간판은 도시의 불길한 기운을 암시하는 장치로 자주 사용됐다. 그러나 이번 미드 에서 한국인은 전혀 다른 느낌으로 나온다. 내가 본 것 중 최고로 멋진 한국인 캐릭터였다. ★ 제이미는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엔지니어다. 그가 일하는 회사는 IT 보안회사로, 그는 수비를 담당하는 해커이다. 자신을 찬 여자를 잊지못하는 순정파이고, 그녀가 위험에 처하자 기꺼이 도움을 준다. 목숨을 걸고 싸우되, 여자가 걱정하지 않도록 말은 아낀다. 극중 한국어를 하는 장면은 딱 한번 나오는 것 같다. 그 전까지 웬지 한국인 느낌이 있어서 긴가민가.. 2021. 1. 28.
필 나이트의 슈독, 나이키 창업자의 회고록ㅣ첫번째 직원의 도서관 슈독 필 나이트 저 ★ 지금은 상상이 가지 않는 이야기지만, 나이키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 그들은 아주 작은 회사였다. 좌절한 대학 육상선수와 그의 코치가 더 싸고 더 좋은 운동화를 만들어보자는 것이 시작이었다. 제자와 스승의 동업이라는 특이한 관계에서 시작된 것이다. 현재 나이키라는 회사가 고용하고 있고, 이 회사와 관계되어서 먹고 사는 사람들의 숫자를 상상하면, 이들의 시작은 참 의외이다. 작은 아이디어에서 시작해 강력한 실행력으로 사람과 돈을 모아 비즈니스를 한다. 그래서 나이키 창업자의 이 책은 스타트업의 교범처럼 보인다. 실리콘밸리의 수많은 IT기업들이 존재하기도 훨씬 전인 1962년에 나이키는 스타트업을 한 것이다. 실제 이 책에는 스타트업 기업사의 모든 요소들이 다 들어있다. 소박하지만 열정.. 2021. 1. 27.
정한아, 울프 노트ㅣ문지시인선 509 울프 노트 정한아 저 ★ 뒷표지 유대인들의 죄책감 때문에 예수는 부활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 같다. ★ 시인의 말 언니, 배고파? ...... 아니. 졸려? ...... 아니. 그럼 내가 만화책 빌려 올 테니까, 그때까지 자살하지 말고 있어! 띠동갑 동생은 잠옷 바람으로 눈길을 걸어 아직 망하지 않은 만화대여점에 가서 을 빌려 왔다. 우리는 방바닥에 엎드려 만화책을 봤다. 눈이 아하하하하하 쏟아졌다. 그 후 20년, 이 만화는 아직도 연재가 안 끝났다. 그건 그렇고. 내 동생을 괴롭히는 자는 처참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 얼굴에서 웃음기가 싹 가신 이들에게 이 시집을 바친다. 2018년 봄 정한아 ★ 역대 가장 짧은 뒷표지의 말이 아닐까? 이중부정의 문장은 늘 성가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더 이중부.. 2021. 1. 26.
견자단의 엽문 4ㅣ영춘권 마스터의 실제 인생은 어땠을까? ★ 엽문 시리즈는 지난 11년 동안 정기적으로 찾아와 우리를 즐겁게 해주었다. 처음 1편에서 유도하는 일본애들을 줘패는 씬은 정말 강렬했다. 맞는 애들이 불쌍하다 싶을 정도로 타격감이 살벌했다. 저런 살벌한 스타일의 액션이 처음 나온 건 토니 자의 옹박(2004)이었다. 이 불세출의 태국 무술가는 헐리우드와 중국의 액션 연기자들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중국 무술가들의 대응은 신속했다. 옹박이 나온지 1년 후에, 견자단은 엽위신 감독과 팀을 이루어 토니 자에게 대답했다. 엽위신 감독이 바로 엽문의 감독이다. '살파랑'(2005)에서 견자단과 오경은 작심하고 맞는 연기를 자청했고, 근사한 장면을 만들었다. 엽위신 감독과 견자단은 그후 '도화선'(2008) '엽문'(2009)으로 작업을 확장했다. 그런데 새삼 .. 2021. 1. 25.
대화의 신, 래리 킹 사망ㅣ그가 책에서 말한 한국 이야기 ★ 미국 토크쇼의 거인이 세상을 떠났다. 87세. 래리 킹은 라디오, 텔레비젼, 디지털 미디어를 거치면서, 평생 5만건의 인터뷰를 진행한 대화의 달인이다. 커다란 안경과 멜빵이 트레이드 마크였고, 다저스의 광팬이었다. ★ 2014년에는 한국의 TV에 광고모델로 깜짝 등장했다. 현대캐피탈의 리스자동차 광고. ★ 이 광고는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를 재연배우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설마 진짜 래리킹이 한국 광고에 출연했을까? 싶었던 것. 하지만 진짜였다. 3개월 단발 계약이었고, 모델료는 아직도 비밀이다. ★ '대화의 신'은 그가 직접 쓴 책이다. 이 책에는 한국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꽤 들어있다. 그 중 아주 감동적인 일화가 있어 소개하고 싶다. 80년대 초반, 그가 아직 라디오 프로그램에.. 2021. 1. 24.
미국 대통령 취임식, 랄프 로렌과 알렉산드라 오닐ㅣ대통령 부부의 옷 ★ 조 바이든이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레이디 가가와 제니퍼 로페즈가 축가를 불렀고, 트럼프의 공백을 메우러 전직 대통령들도 총출동했다. 객석은 썰렁했고, 모두들 마스크를 끼고 있어 이상했지만, 새로운 대통령의 시작에는 무리가 없었다. 오늘은 대통령 부부의 의상에 대해 소개하고싶다. 미국 대통령 취임식은 큰 행사이고, 이런 행사에 어떤 브랜드를 입는가는 중요한 일이다. 미국인들은 이런 행사를 여러모로 잘 이용하기 때문에, 분석하는 재미가 항상 있었다. 우선 조 바이든 대통령은 랄프 로렌 정장을 입었다. 그리고 질 바이든 여사는 알렉산드라 오닐의 옷을 입었다. 두 분 다 파격적인 선택이다. ★ 원래 전통적으로 미국 대통령은 취임식에 브룩스 브러더스의 옷을 입었다. 그런데 이 모범생 노정치인인 조 바이든.. 2021. 1. 23.
엄원태, 소읍에 대한 보고ㅣ문지 시인선 158 ★ 뒷표지 이제 이 삶은, '견디는 것'이라는 의미만으로 탈색된 채 내게 던져져 있다. 병은 내게서 서서히, 그러나 많은 것을 앗아갔다. 내 육체는 상실과 박탈 속에서 서러웠고, 거기에 반비례로 질기디 질긴 욕망의 끝에 매달린 허기와 목마름은 나를 어두운 고통의 심연으로 끌고 들어갔다. 수렁 같은 고통을 거쳐오면서, 나는 드디어 '겸손하게!' 그 실존적 한계를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한계를 받아들인다는 것, 그것은 단순히 패배를 인정한다는 것과는 다른 무엇이라는 것을 이제는 어렴풋이나마 알 것 같다. 나는 도대체 왜 '견디는' 것일까? 나는 요즈음 옛날 얘기나 동화의 상징성을 이해하는 편이다. 밥 먹고, 잠자면서 살아가는 이 일상의 지리멸렬함이란! 그런데도 불구하고 나는 이 지리멸렬한 일상을 한없이 사랑.. 2021. 1. 22.